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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공포에 ‘귀암농원’으로 몰리는 소비자들INTERVIEW-동물복지농장을 운영 중인 ‘귀암농원’ 이세환 사장
신섬미 기자  |  ujsm@u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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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9월 04일  16: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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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방목형 사육방식으로 운영 중인 '귀암농원'

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과 관련해 ‘먹거리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사건이 터지자 전국의 대형마트를 비롯한 편의점, 학교, 병원 등 단체급식, 패스트푸드 업계에서는 일제히 계란 공급을 잠정 중단했다. 제과, 제빵 업계도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안일하게 생각했던 우리네 식탁이 휘청거린 순간이었다.

일각에서는 매일 계란을 4개 이상 먹어도 급성 독성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 했다. 하지만 모르면 몰랐을까, 살충제 사용 사실을 알게 된 시민들의 불안감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연구결과를 불신하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계란 사용을 꺼리는 가운데 동물복지 사육법을 벤치마킹해 자유방목형으로 양계농장을 운영 중인 ‘귀암농원’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살충제 계란’ 인간의 욕심이 만든 결과물
케이지 아닌 ‘자유방목형’ 사육으로 안전성 높여
모래욕 통해 진드기 제거…살충제 필요 없어

지난 8월29일 ‘살충제 계란’ 파동에 오히려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경주 ‘귀암농원(龜巖農園)’을 찾았다. 거북 모양의 바위가 마을에 좋은 기운을 불어 넣어 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귀암 골짜기에 위치한 귀암농원에는 토실토실한 토종닭들이 풀밭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 '귀암농원' 이세환 사장이 5년 째 작성 중인 병아리 일기.

‘살충제 파동’에도 끄떡없는 귀암농원의 이세환 사장은 고향을 찾아 귀농한 지 올해로 5년째다. 후발주자로서 양계농장을 준비할 때는 이미 공장형 닭들이 하루에 8만개씩의 알을 낳는 포화상태에서 틈새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이 사장은 여러 양계농장을 다니며 자문을 구할뿐 아니라 텃밭에서 직접 닭 30마리를 키우며 데이터를 뽑았다. 그때부터 시작한 ‘병아리 일기’는 5년째 아직까지 빠짐없이 작성하고 있다.

#‘살충제 파동’에도 오히려 유명세
귀암농원이 살충제 파동을 겪으며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된 계기는 ▲동물복지농장의 자유방목형 사육 방식과 ▲친환경 사료가 큰 몫을 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베터리케이지(철제 감금 틀)에서 닭을 키우는 공장식 밀집사육 방법을 사용하는 곳이 많다. 케이지의 최소 사육면적은 A4용지(0.06㎡)보다 작은 0.05㎡(25X20㎝)다.

사람이 목욕을 하지 않으면 비위생적인 것처럼 닭도 마찬가지다. 닭은 모래욕, 일광욕을 통해 이, 진드기 등을 제거하는데 흙도 없고 움직임도 불가능한 케이지에 갇혀 있으니 진드기를 제거할 방법이 없다.

특히 닭 진드기 1마리는 9주 뒤 1억3000만마리까지 늘어나는데 케이지에 갇혀 있으면 진드기 제거는커녕 다른 닭들에게 옮기기 쉬운 취약한 구조다. 결국 살충제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양계농장에서 케이지 사육을 하는 이유는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에게 값싼 가격의 계란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케이지 사육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 '귀암농원'의 닭들이 모래욕과 일광욕을 하고 있다.

이세환 사장은 이번 살충제 계란에 대해 ‘인간의 욕심이 만든 결과물’이라며 닭과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고 일침 했다.

이 사장은 “오늘날의 닭들은 유전자 변형체질, 유전자 변형사료, 스트레스 등으로부터 면역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있어요. 거기다 오직 밤, 낮으로 계란만 낳게끔 사육되고 있죠. 닭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가금류가 됐지만 최대한 자연과 가까운 환경에서 사육돼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자유방목형 농장을 지향합니다. 현재도 그렇게 운영하고 있고요. 뿐만 아니라 소독도 주기적으로 해주기 때문에 살충제는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동물복지농장인 귀암농원의 토종닭들은 매일 모래욕과 일광욕을 즐긴다. 해가 밝으면 알아서 밖으로 나와 풀밭에서 날개짓 하며 놀고, 해가 지면 알아서 들어가 횃대에서 잠을 잔다.

알도 낳고 싶을 때만 낳다 보니 귀암농원의 4000마리 닭들의 하루 계란 생산량은 800개 내외다. 모든 것은 자연에 맡겨야 한다는 소신과 닭들을 혹사시키지 않겠다는 이 사장의 의지가 돋보였다.

   
▲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만 닭에게 먹인다는 마음으로 매일 직접 사료를 만든다는 이세환 사장.

이 사장은 “사람도 그렇듯 닭도 뭘 먹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대부분 양계농장에서는 농협, 축협 사료를 사용해요. 하지만 저희는 그 사료를 5% 내에서만 사용하고 있어요. 이 사료는 우리가 먹는 인스턴트 식품이라고 보면 되는데 되도록이면 닭들에게 인스턴트 식품을 덜 먹이려고 해요. 사료에는 일반 자연에서 구할 수 없는 필수 원소들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전혀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어서 최소한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제가 직접 만들죠”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만 닭에게 먹인다는 마음으로 매일 직접 사료를 만든다는 이 사장. 하루에 일과 중 60%는 사료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이처럼 한결같은 부지런함으로 농장을 운영하고 있기에 귀암농원 계사에 들어서도 코를 찌르는 계분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자연 속에서 사육한 닭들이 낳은 유정란이라 귀암농원의 계란은 일반 계란에 비해 탄력이 좋고 고소한 맛이 월등히 뛰어나다.

   
▲ 토실토실한 토종닭들이 자유롭게 풀밭을 뛰어다니고 있다.

#동물복지농장 ‘확대’ 돼야
최근 동물복지와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함께 높아지면서 동물이 본래의 습성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지낼 수 있도록 관리하는 ‘동물복지농장’이 이슈다.

특히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그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한 9마리당 1㎡, 마리당 0.11㎡ 이상 공간이 필요하다. 케이지 0.05㎡ 사육면적 2배 이상이다. 또 횃대설치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 사장은 “모든 농장이 동물복지형으로 일시에 전환될 수는 없지만 동물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갖는다면 지금보다 양질의 계란이 생산될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내년부터는 동물복지형 축사가 의무화 되고 계란에는 농장별 사육환경을 표시하게 된다. 또 2019년부터는 쇠고기와 돼지고기에 적용되는 축산물 이력제가 닭고기와 계란에도 적용된다.

이 사장은 “정부가 2019년까지 동물복지인증 축산물의 비중을 8%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20%까지는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보다 인증제도의 획득 유지 등에 대한 기준도 새롭게 마련돼야 하고요. 인증제도가 무용지물이라는 것이 이번 살충제 사건을 통해 나타났죠. 실제 농장을 운영하면서 각종 인증 획득을 위해 상담했지만 어떤 인증이든 돈만 주면 쉽게 획득할 수 있다는 사실에 실망이 컸어요”

   
▲ '귀암농원' 이세환 사장이 닭들이 낳은 계란을 수거하고 있다.

귀암농원은 생산성과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도 국민들의 식탁에 오르는 먹거리 안전과 동물복지농장으로써 양심을 굽히지 않는다. 동물복지농장을 운영하는 덕분에 지난 17일 받은 식용란 살충제 검사 결과에서도 당연히 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제는 오히려 안전하고 믿음직한 계란으로 입소문이 나 더 많은 소비자들이 귀암농원을 찾고 있다.

귀암농원은 항상 외부인에 개방돼 있다. 자신 있다는 증거다. 이 사장은 “요즘은 계란이 부족한 실정이예요. 닭들이 알을 낳는 것은 한정적인데 찾는 분들은 많이 늘었거든요. 이번 살충제 계란 사건을 계기로 양계농가 모두 선진 농장이 되길 바랍니다”고 말했다.

문의: 010-4399-7777 (이세환 사장)

글=신섬미 기자
사진=박기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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