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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도 찬란한 도시 인생 ‘홍콩’홍콩의 낮과 밤
조미정 기자  |  007presiden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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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8월 21일  17:2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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훅하며 치고 들어오는 습한 바람의 위력은 만만치 않았다. 뜨거운 여름 홍콩을 간다면 더위와 습기를 동시에 버텨야 하는 인내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흥미로운 나라 홍콩에 자주 발길이 닿는 이유는 ‘중경삼림’처럼 아늑한 청춘의 설렘 때문일까. 혹은 ‘화양연화’에서 보았던 몽환적 이미지 때문일까. 생각해보면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은 지나간 과거가 아니고 언제나 지금이다. 그래서 우린, 순간의 행복을 위해 거침없이 여행을 떠나는지도 모른다. 

바다에 넘실대던 홍콩의 야경, 침사추이의 매력
핫 플레이스 소호, 어디서 무엇을 찍든 ‘런웨이’
영화의 도시 홍콩을 기억하는 ‘청춘의 그리움’ 

   
▲ 명품 브랜드의 격한 세일에 동요되지 말고 홍콩 야시장에서 자신에 맞는 물건을 득템하는 게 쇼핑객의 품격이다.

오래된 혼란, 우주도시 같던 ‘홍콩’
중국 반환 20년째의 해. 지난 20년간 사회주의 중국이라는 지붕 아래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해 온 홍콩 사회의 고민은 깊다. 이방인이 찾은 홍콩의 겉모습에선 잘 느껴지지 않지만 홍콩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자치를 허용한다’는 중국의 약속을 믿지 못하는 홍콩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홍콩의 젊은 세대들에게 중국인이냐고 물으면 버럭 화를 낼지도 모른다. 절대 중국인이 아니라 홍콩인이라는 게다. 

지난 1997년 7월1일 홍콩은 중국에 귀속됐지만 특별행정구역으로 홍콩의 자치를 인정, 각자의 한계를 분명히 해서 서로 범하지 않기로 약속을 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홍콩은 어떨까. 실제로 홍콩에서는 중국 정부를 절대 믿지 않는 ‘반중파’와 중국 정부의 어떤 태도도 별 상관없다는 ‘방관파’, 모두 중국인이라는 ‘친중파’ 각 세력이 팽팽하게 대립중이다. 

하지만 이토록 어지러운 정치·사회적 격변기에도 불구하고 여행지로서 홍콩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휘황찬란한 볼거리와 매력적인 음식, 고층 빌딩과 사람, 차가 뒤엉킨 좁은 도심을 걷다보면 오래된 우주도시를 걷는 듯 착각에 빠진다. 

   
▲ 홍콩에서 가장 크고 핫한 소호 거리는 누가 어디서 무엇을 찍든 런웨이가 된다.

골목 곳곳에서 찍는 인생 화보 
고층 빌딩 사이로 차들이 속도를 내며 달린다. 트램과 버스, 자동차가 재빠르게 교차되는 이미지는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알록달록한 색감이 한데 어우러진 홍콩의 거리는 인생 화보를 찍는데 모자람이 없다. 홍콩에서 가장 크고 트렌디한 소호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찍힌 사진 한 장에는 여행자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겼다. 소호 거리는 누가 어디서 무엇을 찍든 런웨이가 되는 곳이다. 홍대와 가로수 길을 믹스 매치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좁은 골목에 카페와 레스토랑, 바, 숍들이 밀집해 있는데다 수많은 외국인들이 여유롭게 맥주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곳이다. 걷거나 앉아있는 타인들이 오히려 이국적 배경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릭샤 버스를 타고 홍콩 시내를 돌아다니면 뜯어진 벽지마저도 멋스럽다. 에그 타르트를 한입 베어 물며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에 올랐다. 영화 중경삼림에 등장했던 바로 그 장면이 좌르륵 지나갔다. 영화처럼 낭만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에스컬레이터 중간 중간 발길이 닿는 대로 내리면 영화 같은 장면은 골목 곳곳에 숨어있다. 

   
▲ 동양의 미를 간직한 곳이 도심의 사원이라면 사원 밖은 이국적이고 도회적인 풍경들로 빠르게 교차된다.

동양의 미와 이국적 풍경 공존 
홍콩 최대 규모의 ‘웡타이신 사원’에는 기도와 점괘를 보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나무 막대기가 꽂힌 통을 흔들며 소원을 빌면 막대기 하나가 툭 튀어나오는데 거기 써진 숫자로 점괘를 본다. 너무 세게 흔들어 막대기가 전부 쏟아지는 이방인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원내부는 홍콩의 색감이 집약된 곳이다. 많은 여행객들이 독특한 색감 아래 홍콩의 멋을 즐긴다. 동양의 미를 간직한 곳이 도심의 사원이라면 사원 밖은 이국적이고 도회적인 풍경들로 빠르게 교차된다. 

   
   
 

사원 밖에서 딤섬 맛 집을 찾아보는 것도 당연히 즐겨야 할 미식여행이다. 입 안 가득히 퍼지는 소와 부드러운 피의 조화에 여태 먹어보지 못했던 또 다른 딤섬의 세계에 빠질지도 모른다. 밀크티는 또 어떤가. 야시장에서 마시는 밀크티 한 잔에 홍콩을 잊지 못할 수도 있다. 홍콩 야시장의 규모와 퀄리티는 흥미롭다. 명품 브랜드의 격한 세일에 동요되지 말고 야시장에서 자신에 맞는 물건을 득템하는 것은 어떨까. 야시장 어느 구석에서 샀던 검은색 운동화는 여행을 갈 때마다 필수품이 된지 오래다. 

   
▲ 센트럴 남쪽 타이핑 정상의 빅토리아 피크에서는 하늘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 홍콩의 회색빛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빅토리아 피크, 스카이라인 한눈에
페리를 타고 침사추이로 향했다. 밤이 되면 그 유명한 홍콩의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평온하기 그지없는 한낮에 센트럴 남쪽 타이핑 정상에 있는 빅토리아 피크로 발길을 돌린다. 버스로 이동해 꼭대기에 도착하면 홍콩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회색빛 빌딩이 하늘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 풍경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 내려올 때는 홍콩의 명물, 피크 트램을 놓칠 수 없다. 피크 트램은 빅토리아 피크로 올라갈 때 타거나 아님 내려올 때 탈 수도 있다. 7분이면 도착하는 피크 트램을 타면 세상이 45도로 기울어져 보인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내가 비뚤한 것인지, 나는 바로인데 세상이 비뚤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피크 트램의 매력은 언제나 이채롭다. 

   
 

밤이 깊어지고 홍콩의 밤이 조금씩 밝아온다. 형형색색의 불빛들이 바다에 몸을 던져 넘실거린다. 침사추이의 야경을 지켜보는 이방인들에게 말은 필요 없다. 밝아졌다 어두워지는 한편의 인생처럼, 화려한 불빛처럼 휘황찬란하다가도 쓸쓸하고 외로워지는 게 우리네 인생이니까. 

   
 

평온한 파도, 리펄스 베이의 상념
고요하고 아담한 해변을 걸어보고 싶다면 리펄스 베이는 어떨까. 오스트리아와 중국에서 모래를 실어와 만들었다는 인공해변 리펄스 베이는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여행객을 배려한다. 사실 이곳은 홍콩의 부촌 중의 부촌이다. 고급 주택가와 호화 맨션이 즐비한 곳으로 페닌슐라 호텔에서 운영하는 ‘더 베란다(The Verandah)’는 영화 ‘색계’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탕웨이와 양조위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해변의 산책이다. 

   
 

색, 계는 인간사를 관통하는 두 개의 욕망이다. 색은 성욕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감정적 욕망, 계는 감정적인 것에 휘둘리지 않도록 경계하는 이성적인 판단을 의미한다. 영화에서 계를 위한 왕치아즈(탕웨이)의 이 선생(양조위)에 대한 접근은 관계가 깊어질수록 색을 위한 욕망으로 변해간다. 아이러니하게도 색을 통해 계의 목적을 달성하려던 왕치아즈는 색의 환영에 사로잡혀 계를 파기하고, 계에 둘러싸여 색을 탐했던 이 선생은 왕치아즈를 잃고 나서야 계의 허망함을 깨닫게 된다. 리펄스 베이의 밀물과 썰물처럼 감성과 이성은 저마다의 장단이 있다. 감성에 치우치는 순간, 이성은 달아나고 이성만을 추구하면 감성이 메마른다. 리펄스 베이의 평온한 파도를 바라보며 홍콩여행의 특별했던 감성을 고이 접는다.         

글·사진=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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