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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베풀 줄 아는 라오스의 미소라오스 여행 1 느리게 가는 라오스의 시계
조미정 기자  |  007presiden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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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6월 28일  10: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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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깨우는 승려의 맨발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유산인 루앙프라방은 주황색 가사로 상징하는 도시이다. 새벽을 깨우는 승려의 맨발은 현지인에게도 이방인에게도 겸허한 마음을 갖게 한다.

라오스로 향하던 무라카미 하루키가 경유지인 하노이에서 베트남 사람을 만난다. 그는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하고 하루키에게 묻는다. 하루키는 말문이 막혔지만 막상 라오스에 갔더니 라오스에만 있는 것이 있더라는 게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몰랐던 것을 알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게 ‘나’이든 ‘오지’이든. 라오스를 여행지로 선택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여행이 끝난 후 뒤돌아봤더니 이번 여행만큼 배터지게 웃고 격렬하게 몸을 쓰며 마음이 유쾌했던 적이 없었다. 그 배경에는 이방인에게 한없이 미소 짓던 라오스 사람들과 모든 게 느리게 가던 라오스의 시간이 있었다. 참 이상하기도 했다. 라오스의 시계는 느리고 느리게 흘러갔다.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던 꽝시 폭포의 절경
가득차면 덜어내는 탁발행렬의 말없는 교훈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냐고요? 여유와 느림”

# 라오스엔 뭐가 있는 것일까
“그곳엔 아무것도 없어요” 라오스에 다녀온 사람들을 만났던 오소희 작가는 ‘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라는 책에서 이렇게 썼다. “그렇담 정말 가볼 만하겠군요. 제가 지금 가고 싶은 곳이 바로 그런 곳이에요” 김해공항에서 라오항공을 타고 라오스로 향하는 동안 이 책을 읽으면서 라오스엔 정말 아무것도 없는 것일까. 그런데 왜 수많은 사람들이 라오스를 여행하고, 또 그 여행을 잊지 못하는 것일까. 질문을 하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 

5시간30분 후 도착한 비엔티엔 왓따이 공항엔 훅하고 더운 바람이 코를 치고 들어왔다. 좁고 낡은 공항에 내리자마자 일행의 핸드폰이 사라졌고 잃어버린 순간, 핸드폰 전원이 꺼진다는 라오스 법에 우린 익숙해져야 했다. 며칠 후 방비엥에서도 핸드폰 하나가 사라졌는데, 순식간에 핸드폰 전원이 꺼져있었다. 라오스를 여행할 때는 핸드폰을 위한 방수 팩은 필수이고, 아예 분실하지 않도록 휴대용 목걸이를 하는 게 어쩌면 더 나을지도 몰랐다. 

   
▲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에는 도시 전체가 불교 사원과 현대사의 흔적들로 가득했다.

# 도시 전체가 불교 사원, 비엔티엔
비엔티엔 시내와 시장에는 라오스의 색들이 가득했다. 옷이며 장식품, 생활필수품이나 과일들의 색상이 자연의 색을 그대로 닮아있었다. 메콩 강을 따라 즐비한 나이트마켓과 현지인들의 실생활 장터, 수공예품이 그득한 숍까지 각 시장마다 크고 작은 특색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에는 도시 전체가 불교 사원과 현대사의 흔적들로 가득했다. 

‘위대한 불탑’이라는 뜻의 탓루앙사원에는 불교와 라오스 주권을 상징하는 각종 기념물로 채워졌고,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기념하기 위해 파리의 개선문을 본 따 만든 빠뚜싸이에서는 라오스 시내가 뻥하고 한눈에 들어왔다. 사방으로 돌아가며 라오스의 전경을 수도 없이 찍었고 그 일에는 어떤 이방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비엔티엔에 남아있는 사원 중 가장 오래된 건축물인 왓시사켓에는 사원내부 담장에 6890개에 이르는 은제 혹은 토기불상들이 가득했다. 박물관으로 사용되던 왓 호파케오는 왕궁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불교사원의 대부분이 내부촬영이 금지돼 있는데 그 아름다움과 정교함에 셔터를 누르고픈 손가락을 참느라 아주 혼이 났다. 하지만 온전히 눈으로만 감탄할 수 있어 더 소중한 시간이었다.  

   
▲ 지상낙원이었던 꽝시폭포는 에메랄드 물빛으로 여행객을 압도했다.

#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던 꽝시 폭포
라오스여행에서 루앙프라방을 포함하게 되면 가격대가 훌쩍 올라간다. 국내선 비행기를 한 번 더 타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앙프라방을 빼는 것은 앙꼬 없는 찐빵을 먹는 기분이랄까. 라오스에서 가장 좋은 루앙프라방 공항은 비행기가 저공비행을 할 때부터 여행객의 시선을 압도했다. 사실 수도 비엔티엔보다 훨씬 자연친화적이었던 루앙프라방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공항을 나서면 여행객을 위한 깨끗한 미니밴들이 포진해있다. 여행자들은 이 밴을 타고 꽝시 폭포로 이동한다. 

약 35km 숲길을 달려 도착한 꽝시 폭포는 정글 속에 있는 지상낙원이었다. 꽝시 폭포는 총 7단계로 나눠져 있는데, 미니밴으로 높은 곳에 도착해서 내려오는 방법이 훨씬 안전하고 바람직한 선택이다. 여행객의 눈에 에메랄드 물빛이 보일 때부터 모두의 탄성이 터졌다. 인증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찍는 자유는 당연한 일이고, 비키니를 입은 유럽인들은 옷을 벗고 폭포를 즐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 

꽝시 폭포는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아름다운 폭포이다. 사슴뿔로 구멍을 내어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는데 햇살에 반짝이는 물빛에 잠시 넋을 잃을 만큼 눈이 부셨다. 정신을 차리고 꽝시 폭포 입구로 내려오면 지난 5월 실종된 한국인 여성의 얼굴 사진이 한쪽 벽면에 붙어있다. 꽝시 폭포는 산 깊숙한 곳에 있는데다 실족사의 위험이 높아 절대 혼자서 여행할 곳이 아니다. 여행과 인생의 변수는 늘 예기치 못한 것이어서 나약한 인간을 시험에 들게 한다. 

   
 

# 누군가를 위해 음식 덜어내는 탁발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루앙프라방은 주황색 가사로 상징되는 도시이다. 매일 아침 고요하고 엄숙한 탁발 행렬이 도시를 깨우고 이곳 사람들은 스스로가 가진 게 많지 않아도 늘 누군가를 돕고 나눔을 실천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다. 새벽을 깨우는 승려들의 맨발은 현지인에게도 이방인에게도 겸허한 마음을 갖게 한다. 

   
▲ 승려들은 시민들이 조금씩 떼어주는 찹쌀밥을 그날 먹을 만큼만 받아서 사원으로 돌아가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덜어내기도 한다.

스님들은 루앙프라방 시내를 한 바퀴 돌면서 시민들이 조금씩 떼어주는 찹쌀밥을 자신이 그날 먹을 만큼만 받아서 사원으로 돌아간다. 탁발에 참여한 승려가 받은 음식을 모두 가져가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바구니가 가득하다면 또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덜어내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한다. 결국 나의 것은 나의 것이 아니다. 나의 것은 항상 누군가를 위한 것이고, 욕심을 버릴 수 있을 때 얼굴에 그들처럼 해맑은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된다. 

탁발 행렬에 참여하는 것은 공짜가 아니다. 찹쌀밥 바구니를 사서 형형색색의 목욕탕 의자에 정중히 앉아야 한다. 특히 여자들은 이때 스님의 신체를 만지거나 접촉해서는 안 된다는 게 라오스의 불문율이다.

   
 
   
   
▲ 도심 곳곳에는 자연을 닮은 라오스의 색들이 가득했다.

# 여유로운 미소와 느림의 미학 
탁발에 참여 후 둘러본 루앙프라방 아침 재래시장은 수십 년 전 우리의 재래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선한 과일과 생선, 특이한 향신료와 각종 야채, 라오스 사람도 우리도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동시대인이다. 다만 그들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서두르지 않을뿐이다. 그들은 여행객이 다가가도 결코 보채지 않는다. 물건을 사라고 설득하지도 않는다. 그저 여행객이 원하는 물건을 말할 때까지 눈동자를 반짝이며 기다린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라오스인이 이같은 느림의 미학과 여유를 가지게 된 바탕에는 뭐가 있는 것일까. 라오스 여행이 나에게 던진 또 다른 질문이었다.     2편에 계속>>

글·사진=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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