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붕괴된 터널과 함께 무너진 ‘헬조선’의 현실

신섬미 / 기사승인 : 2016-08-29 13: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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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널' 리뷰

▲ 영화 '터널'
어둡고 긴 터널에 홀로 갇힌다면 어떨까, 더군다나 사방이 막혀 빠져나갈 수 없다면. 상상만 해도 막막하고 끔찍한 터널 붕괴 사건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우리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성수대교 붕괴 사고, 세월호 참사 등 안타까운 사고들을 겪었다. 예기치 못한 사고였지만 매번 반복되는 논란이 일어났고 꾸준히 같은 문제점들이 제기됐다. 여전히 해결해야할 과제가 남아있기에 더욱 보고 싶었던 영화 ‘터널’.


‘터널’은 소재원 작가의 소설 ‘터널:우리는 얼굴 없는 살인자였다’를 바탕으로 2014년 개봉한 영화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과 국내에서는 단연 최고의 남자 배우로 꼽히는 하정우가 손을 잡아 만든 재난영화다. 앞서 ‘타워’, ‘해운대’ 등 여러 편의 국내 재난 영화가 개봉했고 해운대 같은 경우는 천만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터널은 지금까지의 재난영화와는 조금 다르다. 터널이 무너진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다루는 심각한 분위기지만 유머러스한 대사와 요소들을 섞어 관객들의 웃음을 유도한다. 무거운 내용을 소재로 뒀지만 관객들의 마음에 무거운 짐을 짊어주지는 않았다. 다만 우리나라 사회가 가진 문제점을 날카롭게 집어내 스스로 생각하고 반성하게 했다.
자동차 딜러 정수(하정우)는 큰 계약 성사를 앞두고 들뜬 기분으로 집에 가던 중 부실공사로 무너진 터널에 홀로 갇힌다. 다행히 큰 부상 없이 목숨은 건졌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콘크리트 잔해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막혀버렸다. 그가 가진 건 배터리 78% 남은 핸드폰과 터널에 들어오기 전 주유소에서 받은 생수 2병, 그리고 딸의 생일 케이크가 전부다. 대형 터널 붕괴사고에 정부는 긴급히 구조대를 꾸려 생존자인 정수를 구하려 하지만 꽉 막힌 터널은 진입조차 어렵다. 영화는 터널 안에 갇힌 정수에 관한 이야기와 터널 밖에서 그를 바라보는 시선들을 대조해서 보여준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터널 안에 갇힌 정수의 감정에 이입하다 금세 터널 밖의 제3자의 입장이 되기도 한다. 감독은 영리한 연출을 통해 관객들의 마음을 가지고 논다.
사고 대책반의 구조대장 대경(오달수)는 꽉 막힌 터널에 진입하려고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하지만 비리 공사에 따른 예상치 못한 구조대의 실수 등으로 인해 구조작업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시간만 지체된다. 거기다 진행하고 있는 구조작업이 인근 제2터널 완공에 차질을 주게 되면서 정수의 생존과 구조에 관한 여론이 분열되기 시작한다. 정수의 무사귀환을 간절히 바라던 국민들도 더디게 진행되는 구조작업과 그로 인해 발생되는 또 다른 사건들을 겪으며 오히려 그와 그의 가족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던진다. 한 시민이 부실공사로 인해 사고를 당했지만 여론은 그를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일 중요한 ‘생명’이 순식간에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었다. 정말 ‘뭣이 중한디’가 절로 나오는 답답한 상황.
비리로 얼룩진 사회, 부실 공사와 그에 따른 당사자들의 책임 회피, 사고 발생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공직자들의 모습, 지나친 언론의 선정 보도는 그야말로 요즘 ‘헬조선’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사고가 발생하자 장관은 현장을 방문해 사진만 찍고, 언론은 갇혀있는 생존자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기분이 어떠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모습은 리얼리티의 끝을 보는 듯 했다. 영화는 터널 붕괴만이 아닌 터널 붕괴로 인한 이 사회 안전망 붕괴 모습을 보여줬다.
감독은 단지 흥미로운 소재거리로 관객들에게 재미만을 고집하진 않았다. 현실의 비극을 풍자했다. 터널 붕괴에 관한 재난영화라기 보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강한 몽둥이 같았던 ‘터널’. 우리 모두 알고는 있었지만 잊고 있었던 문제점들을 정확하게 지적했고 신선하게 풀어냈다. 터널 붕괴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을 보여준 감독은 변하지 않은 대한민국의 모습과 진실을 정면으로 충돌했고 관객들에게 수많은 메시지를 남겨줬다.
무엇보다 터널이라는 제한적인 공간에서 진행되는 상황들을 혼자 풀어 갈 배우 하정우의 부담감이 컸을 테다. 하지만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자신의 페이스대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모습에 새삼스레 대단함을 느꼈다.
[한 줄 평] 우리는 여전히 터널 안에 갇혀있다. (별점 ★★★★☆)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http://movie.naver.com)>
신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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