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맛집] 상반된 두 얼굴의 반전 매력, 낮밥밤술 ‘27부엌’

박해철 / 기사승인 : 2016-03-11 16: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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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밥밤술 '27부엌'
▲ 27부엌은 두 얼굴의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낮이든 밤이든 찾아오는 손님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결같다.

트랜스포머, 헐크, 로보카 폴리, 이 세가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변신’을 한다는 점이다. SF영화 속 자동차들이 화려하게 변신해 악당을 무찌르고, 한 남자는 초록 괴물로 변신해 정의를 구현한다. 심지어 어린아이들이 보는 만화마저도 경찰차·구급차·소방차 등 갖가지 주인공들이 변신을 해댄다. 세상사람 모두가 평범한 모습이 아닌 변신을 원하고 있는 지금, 밥집·술집이라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 있을쏘냐. 이제는 ‘낮밥밤술’, 낮에는 밥집 밤에는 술집으로 변신하는 신개념 가게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울산을 대표하는 낮밥밤술 컨셉의 ‘27부엌’을 소개한다.


‘낮에는 밥, 밤에는 술’, 로봇처럼 변신하는 독특한 컨셉
심플한 듯 섬세한 빈티지 풍 스타일, 계속되는 반전매력
낮 27부엌정식, 밤 나가사키 짬뽕… 가게 이끄는 쌍두마차


▲ 따스한 노란색 전구들이 만발하며 아늑한 느낌을 자아내던 이 가게는 총체적인 외관만 봤을 때부터 심플한 듯 섬세한 빈티지 풍의 스타일이 묻어났다.

2part 7table kitchen


▲ 낡을 대로 낡은 노란색 대문은 유럽 어느 오래된 도시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무늬의 쇠창살 하나로 그 어떤 화려한 문보다도 완벽하게 가게와 어우러졌다.

낮에는 밥을 팔고 저녁에는 술을 파는 ‘27부엌’은 이름부터 남다르다. 27부엌은 '2part 7table kitchen'을 줄여 만든 이름이다. 실제로 가게에는 딱 7개의 테이블이 있다.
27부엌을 처음 찾은 건 어느 한적한 수요일 저녁이었다. 따스한 노란색 전구들이 만발하며 아늑한 느낌을 자아내던 이 가게는 총체적인 외관만 봤을 때부터 심플한 듯 섬세한 빈티지 풍의 스타일이 묻어났다.


처음 손님을 맞이하는 대문부터 27부엌만의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 낡을 대로 낡은 노란색 대문은 유럽 어느 오래된 도시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무늬의 쇠창살 하나로 그 어떤 화려한 문보다도 완벽하게 가게와 어우러졌다.
가게를 열자마자 느낀 감정은 이런 아늑한 공간에 왜 신체 건장한 두 남자가 나를 맞이하고 있는가에 대한 진중한 고찰이었다. 심지어 듬직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두 남자에게서 풍겨나오는 섬세함이라는 반전 매력은 27부엌을 다시 찾게끔 하는 일등공신이다.


▲ 무심히 세워놓은 듯한 자전거는 손님 중 누군가가 타고 온 듯 자연스럽다. 옹기종기 모아놓은 빈 병들은 꽃병으로 재탄생해 가게 안을 화사함으로 가득 채운다. 그 중에서도 섬세한 부분의 정점은 조명이다.

무심히 세워놓은 듯한 자전거는 손님 중 누군가가 타고 온 듯 자연스럽다. 옹기종기 모아놓은 빈 병들은 꽃병으로 재탄생해 가게 안을 화사함으로 가득 채운다. 그 중에서도 섬세한 부분의 정점은 조명이다. 불규칙적으로 놓여 진 여러 개의 조명은 27부엌's 스타일의 방점을 찍는다.
자리에 세팅된 접시에는 화려함 속 수수함을 옅볼 수 있다. 여느 가게에서는 볼 수 없는 아기자기한 접시 옆에는 아버지께서 맥주를 드시다 놓고 간 듯한 ‘Cass 맥주잔’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과연 맥주잔은 섬세하게 의도된 세팅일까. 아니면 예산부족으로 인한 차선책일까. 아직도 의문이 풀리질 않는다.


어둑어둑한 밤, 분위기 있는 선술집의 자태
본격적으로 메뉴 선정에 들어갔다. 메뉴판을 집어 들자, 건장한 두 남자 중 한명이 다가와 말한다. “손님 오늘은 이러이러한 메뉴는 주문이 불가능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아마도 그때그때 필요한 재료들로 음식을 만들다 보니, 부득이하게 몇몇 메뉴는 주문할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27부엌의 저녁 안주는 많고 또 많다.


▲ 나가사키 짬뽕과 연어 사시미를 메인으로, 타코 와사비를 사이드로 주문했다.

수많은 메뉴 중 나가사키 짬뽕과 연어 사시미를 메인으로, 타코 와사비를 사이드로 주문했다. 철저하고 냉철하게 겉만 번지르르한 미사여구는 생략하려 한다. 27부엌에 가게 된다면, 메뉴판을 들기 전에 나가사키 짬뽕을 주문한 뒤 다른 메뉴를 선택하기 바란다. 이것은 충고가 아닌 명령이다. 물론 연어 사시미도 일품이었지만 27부엌만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나가사키 짬뽕을 따라올 것이 없을 듯하다. 나가사키 짬뽕은 얼핏 된장국·시락국의 향수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다른 나가사키 짬뽕과는 다르게 색이 조금 탁하고 다량의 배추가 들어가 있다. 해물을 중점적으로 강조하는 다른 가게와는 달리 27부엌은 배추와 숙주 그리고 해산물을 적절히 넣어 특유의 시원하고 고소한 맛을 자아내고 있다. 한 가지 팁을 알려주자면, 마약과도 같은 국물이지만 첫 술에 배부르면 안 된다. 국물은 최대한 아껴야 한다. 무한한 면 추가를 위해서라면 말이다.


엄마 손맛이 그리워지는 낮의 27부엌


▲ 심플하게 나열돼 있던 흰색 메뉴판은 온데간데 없고 왠 원고지 한 장에 정갈하게 쓰여 진 ‘차림표’가 우릴 맞이했다.

친구들과 함께 한잔 두잔 술을 기울이다, 문득 27부엌의 낮 모습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다음날 점심 또 다시 가게를 찾았다. 역시나 밝은 날의 27부엌은 같은 듯 다른 느낌을 주었다. 우선 가장 중요한 메뉴판이 달랐다. 심플하게 나열돼 있던 흰색 메뉴판은 온데간데 없고 왠 원고지 한 장에 정갈하게 쓰여 진 ‘차림표’가 우릴 맞이했다.


▲ 단순히 급식실에서 식판에 밥을 받아먹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각양각색의 접시 위에 최고의 집밥 맛을 자랑하는 반찬들이 줄 지어 있다.

메뉴도 간단하다. 27부엌정식, 소불고기 정식, 오징어볶음 정식, 차돌돈코츠라멘, 해물라면·공기밥, 열무국수. 이게 전부다.
개인적으로 다른 메뉴 보다는 가게 이름을 타이틀로 달고 있는 27부엌정식을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단순히 급식실에서 식판에 밥을 받아먹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각양각색의 접시 위에 최고의 집밥 맛을 자랑하는 반찬들이 줄 지어 있고, 그때그때 달라지는 메인 요리가 큰 그릇에 담겨 나온다. 어떤 메뉴가 나올 지는 자신의 운에 맡겨보길 바란다.
괜한 모험을 하고 싶지 않다면 소불고기 정식을 선택하는 것도 좋다. 두텁게 썰어진 양배추, 파프리카, 버섯이 불고기와 함께 만들어낸 협연은 여느 레스토랑 메인음식 못지않다.


▲ 27부엌 구석에는 단체 손님을 위한 공간도 마련돼있다.

따뜻한 집밥이 그리운 점심엔 27부엌,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오손도손 술 한 잔 기울이고 싶을 때 역시 27부엌이 정답이다. 27부엌은 두 얼굴의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낮이든 밤이든 찾아오는 손님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결같다.


박해철 기자


[위치] 울산 남구 삼산로 23번길 3 27부엌
[메뉴] 27부엌정식(6000원), 소불고기정식(7000원), 나가사키 짬뽕(2만2000원, 면추가 2000원), 타코 와사비(8000원) 등
[오픈] 낮 12:00~15:30/ 휴식 16:00~18:00/ 밤 18:00~01:00(일요일 휴무)
[문의] 010-5524-0434
[재방문의사]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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