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겨울이 오고, 유럽은 그리움으로 남다
[유럽여행]겨울이 오고, 유럽은 그리움으로 남다
  • 조미정 기자
  • 승인 2015.12.30 15: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첫 유럽여행을 꿈꾸신다면 5 이탈리아 베로나&베니스&아시시
여행자를 달래는 성스러운 아시시… 유럽여행의 마지막 일정을 아시시로 마무리 한 것을 무척 다행으로 여긴다. 성 프란체스코와 성녀 클라라가 탄생한 가톨릭 순례지인 아시시는 조용하고 온기 있는 모습으로 여행자의 깊은 아쉬움을 달랬다.

숨겨놓은 초콜릿을 혼자 까먹는 것처럼 아껴서 쓰던 유럽여행 기사가 5편을 마지막으로 정리됐다. 인생을 살면서 분명 유럽을 다시 오기는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항상 또 다른 여행지를 찾을 테니까. 하지만 유럽의 기억만큼은 가슴 속 어딘가에 꼭 저장해 놓으려 한다. 그리고 새로운 마음의 여행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인생도 여행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

‘줄리엣의 집’에서 비극적 사랑의 주인공이 된 듯
거부하기 힘든 베니스의 유혹, 물의 도시를 걷다
성스러운 아시시의 고혹미… 마지막 아쉬움 달래

#사랑의 맹세 넘치는 베로나의 멋
아디제 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는 이곳은 이탈리아 베로나. 그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이 됐던 곳이다. 멋스런 거리를 거닐다 만나는, 작은 중세의 궁인 줄리엣의 집은 이곳의 가장 핫한 명소이다. 입구 벽에는 사랑을 약속하는 수많은 연인들의 맹세가 씹던 껌과 함께 빼곡히 붙어져 있다.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비극적 사랑의 주인공이 된 마냥 그 키스를, 그 맹세를, 그 명대사들을 떠올린다.

▲ 베로나 시내는 세련됐고 뭔가 이탈리아풍의 감각적 디자인이 느껴지는 곳이다. 브랜드 매장이 즐비하지만 세계적 브랜드가 아니어도 근사한 디자인의 옷이며 구두며, 가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베로나 시내는 굉장히 세련됐고 뭔가 이탈리아풍의 감각적 디자인이 느껴지는 곳이다. 브랜드 매장이 즐비하지만 세계적 브랜드가 아니어도 근사한 디자인의 옷이며 구두며, 가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곳에는 로마 시대의 건축물인 원형극장이 제대로 남아있다. 베로나는 로마시대의 유적이 가장 풍부한 도시 중 하나다. 아레나 원형극장은 19세기 중반에 발굴돼 공연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복원했는데 로마의 콜로세움 다음으로 큰 원형경기장이다. 이곳에서는 여전히 멋진 공연이 열리고 있다고 한다. 멋을 아는 베로나의 정신이 부럽다.

#물의 도시, 환상을 본 게 아닌지
이탈리아어로 베네치아(Venezia). 베니스는 석호 위에 흩어져 있는 118개의 섬들이 약 400개의 다리로 이어진 곳이다. 모든 교통수단이 섬과 섬 사이의 수로를 따라 열려 있어 ‘물의 도시’라는 별칭은 그냥 붙여진 게 아니다. 도시 전체가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대한 박물관 같은 느낌이 든다.

▲ 물의 도시, 베니스를 곤돌라를 타고 돌다보면 도시 전체가 마치 바다위에 떠 있는 거대한 박물관 같은 느낌이 든다.

곤돌라를 타고 구석구석을 돌아본다. 아름답게 그림처럼 물 위에 솟아있는 집들의 하단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나무말뚝이 박혀 있다. 본래 석호의 사주였던 곳에 들어섰기 때문에 지반이 약하고 최근에는 지반침하와 석호의 오염이 제기되고 있다.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골목집들의 하부는 이렇게 물에 삭아지기도 하고 골목 깊숙한 곳은 요상한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이탈리아의 크고 작은 도시들이 그렇듯이 567년 이민족에 쫓긴 롬바르디아 피난민이 만 기슭에 마을을 만들면서 이곳 베니스가 만들어졌다. S자형 대운하가 시가지를 관통하고 운하 중앙에 위치한 산마르코 광장에는 산마르코 대성당과 교회, 궁전 등 13세기에 이미 완성된 건물들이 수두룩하다.

두칼레 궁전을 지나 산마르코 광장으로 향한다.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은 산마르코 광장을 보고 ‘유럽에서 가장 우아한 응접실’이라고 했다. 그만큼 매력적인 건축물과 낭만이 아드리아 해를 따라 줄줄 흐르고 있는 것. 딱 봐도 그냥 멋있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곳의 건축물은 비잔틴이나 오리엔트풍의 건축양식으로 미술 건축예술의 보고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왠지 도시가 도도하고 예술적이며, 물과 오래된 건축물이 그림처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산마르코 광장, 가면과 밤의 카니발
리알토 다리 주변 가게에서 만날 수 있는 온갖 가면들. 그 가면들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산마르코 광장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밤의 카니발에 슬쩍 참가하고 싶어진다. 가면을 쓴 채 신분과 이름을 지우고 하룻밤 연인을 찾는 전통이 여전히 있고 가면을 쓰면 누구나 평등해진다.

▲ 리알토 다리 주변 가게에서 만날 수 있는 온갖 가면들. 그 가면들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산마르코 광장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밤의 카니발에 슬쩍 참가하고 싶어진다.

농익은 유혹이 넘실대는 이곳 베니스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카사노바(Giacomo Casanova). 카사노바는 1700년대 초반에 이 도시에서 태어나 근처에 있는 파도바의 학교를 오가며 청춘 시절을 보냈다.

카니발, 도박, 곤돌라, 점술 등 환락의 도시에서 세계적 바람둥이를 배출한 것은 어쩌면 우연이 아닌 듯하다. 곤돌라를 타고 베니스를 돌다보면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 넘실대는 것 같기도 하다.

관광객들이 타는 곤돌라는 원래 장례용으로 사용하던 배라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베네치아의 중요한 교통수단이 되고 사람뿐만 아니라 야채와 식료품 등도 다양하게 운반되고 있다. 곤돌라를 움직이는 곤돌리에의 연봉은 놀랍게도 억대다. 곤돌라를 탈 때는 무게배분을 잘 해야 하고, 곤돌리에의 기분을 잘 맞추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오 솔레미오’를 불러준다.

#성스러운 고요, 중세도시 아시시
조용하고, 온기 있고, 예쁘고, 아기자기한 아시시는 묘한 마력을 가진 이탈리아의 중세도시였다. 유럽의 마지막 일정을 아시시로 마무리 한 것을 무척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곳은 오래되고 낡은 무엇보다 성스러움이 곳곳에 묻어났다. 그 이유는 이곳이 성 프란체스코와 성녀 클라라가 탄생한 주요 가톨릭 순례지이기 때문이다.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중심지이자 순례자들의 참배가 이어지는 성지로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아시시를 찾고, 200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특히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다 골목 곳곳이 예뻐서 마음에, 카메라에 담고 싶은 게 많은 곳이다.

설레는 마을입구를 지나 언덕 조망을 좌로 하고 조금만 걷다보면 특이한 산타 키아라 성당을 마주하게 된다. 산타 키아라 성당은 단출하면서도 위엄이 느껴진다. 아시시의 골목 곳곳에는 오래된 집들과 세월의 흔적들이 그득하다. 코무네 광장까지 이르는 길에는 금방이라도 중세시대의 낯선 누군가가 타임머신을 타고 불쑥 나타날 것만 같다.

아시시에서 가장 마지막에 둘러봐야 할 곳이 바로 성 프란체스코 성당이다. 이 곳에서 태어나 프란체스코 수도회를 창설한 성 프란체스코를 기리어 세워진, 프란체스코 수도회 최초의 성당이다.

1228년에 기공해 1253년에 완성된 이 건물은 밖으로 드러나는 장식다운 장식을 찾아볼 수 없는 대신, 피에트라 아시시(아시시의 돌)라고 불리는 이 지방 특산의 독특한 용재가 성당 전체를 아름답고 우아하게 빛내고 있다.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유명한 도시나 마을도 좋지만 고즈넉하고 아름답고 소소한 일상이 한 눈에 보이는 그런 곳이 왠지 끌린다. 그곳에서 느끼던 수많은 사유와 감성들이 밤하늘의 별빛이 되어 가슴에 박혔다.

글·사진=조미정 기자 


이 시각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