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로마와 바티칸을 걷던 낯선 이방인의 기억
[유럽여행]로마와 바티칸을 걷던 낯선 이방인의 기억
  • 조미정 기자
  • 승인 2015.12.23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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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유럽여행을 꿈꾸신다면 4 이탈리아 로마&바티칸
역사의 흔적, 포로 로마노 기원전 6세기 무렵부터 293년에 걸쳐 로마의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였으나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뒤부터는 그대로 방치하다가 토사 아래에 묻혔던 포로 로마노. 로마의 옛 영광이 그대로 남아있는 듯하다.

유럽 문화유적의 40%가 모여 있다는 이탈리아 로마. 이른 아침부터 로마를 걷는다. 로마제국과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를 거쳐 온 건축물들이 도심 곳곳에 서 있는 이곳은 1000년쯤 된 건물이라고 하면 눈길 한번 던지고, 100년쯤 된 건물은 신축이라 쳐주지도 않는 도시. 거대한 역사의 위용 앞에 그저 멍하니 서 있다. 로마를 걸을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로마인이 된 것처럼 로마를 사랑하는 것이다.

‘오드리 헵번’처럼 로마를 걸어보면 어떨까
거대한 역사의 흔적… 로마의 위용에 전율
나라 전체가 박물관, 걸작으로 남은 바티칸

# 거대한 영화 세트장 같은 로마시내
콜로세움(Colosseum)을 빼놓고 로마를 이야기 할 수 없다. 한창 보수공사 중이지만 어딘가에서 글래디에이터의 막시무스가 뛰어나올 것만 같다. 콜로세움은 서기 72년 베스파시아누스 황제 때 건축하기 시작해 8년 뒤 서기 80년에 완공됐다.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건물로 5만~5만50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규모다. 검투사와 맹수가 싸우거나 검투사끼리 결투를 벌이던 곳, 참혹한 피의 역사를 걷고 있지만 그 위용 앞에 그저 숙연해질 뿐이다.

고대 로마의 발상지인 필라티노 언덕을 내려다본다. 지금도 고고학자들이 필라티노 언덕을 계속 발굴하고 있다고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로마는 거대한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이다. 진짜가 너무 진짜같이 서 있으니까 가짜처럼 느껴지는 이 역설을 어이할까. 도심 곳곳을 걸으며 우리의 영원한 우상 오드리 헵번의 ‘로마의 휴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구석구석 그녀의 흔적들을 느낄 수 있다. 그레고리 펙의 장난에 놀라 토끼 눈을 했던 그녀의 예쁜 모습이 생각나시는지. ‘진실의 입’은 줄이 너무 길어 손을 넣어보지 못했다.

▲ 스페인 계단에서 오드리 헵번처럼 서 있는 건 어떨까. 로마는 누구에게나 한번쯤 서 있고 싶은, 그리움의 장소다.

# 자유와 여유, 유머가 공존한 나보나
로마인들이 숭배했던 신을 모신 그 유명한 판테온(Pantheon) 신전 앞이다. 정면에 서 있는 16개의 거대한 기둥은 압도적이라서 이리저리 사진을 찍어본다. 본당은 둥근 천장으로 이뤄져 있고 천장의 햇빛은 시간과 계절에 따라 판테온의 느낌을 다르게 한다.

▲ 로마인들이 숭배했던 신을 모신 그 유명한 판테온 신전 앞에는 자유로운 영혼들이 그들만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유명한 커피숍 ‘타짜도르(Tazza D'oro)’도 둘러보며 여유있게 나보나 광장(Piazza Navona)으로 향한다. 테베레 강과 코르소 거리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1세기 도미티아누스 황제가 만든 도미티아누스 경기장이 있던 곳이다. 나보나 광장은 자유로움과 여유, 유머가 공존하는 곳으로 예쁜 그림이며 카페며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다. 스페인 계단에서 오드리 헵번처럼 서 있는 건 어떨까. 그레고리 펙이 나타날 것도 아닌데,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처럼 서거나 앉아있다. 아마도 누구에게나 한번쯤 서 있고 싶은, 그리움의 장소가 아니었을까. 잠시 영화 속 주인공이 돼보는 것도 좋을 테다.

캄피돌리오 광장(Piazza del Campidoglio)으로 발길을 돌린다. 미켈란젤로에 의해 조성된 이 광장은 로마의 신성한 언덕 7개 중 가장 신성하게 여겨지는 곳이다. 미켈란젤로는 좁은 캄피돌리오 언덕에 양쪽의 건물을 비스듬하게 건축해서 광장이 넓어 보이는 효과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광장을 조심히 가로지르면 포로 로마노(Foro Romano)로 연결된다. 기원전 6세기 무렵부터 293년에 걸쳐 로마의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였으나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뒤부터는 그대로 방치하다가 토사 아래에 묻혔다. 발굴 작업이 19세기부터 이뤄졌고, 수도 로마에 개설된 최초의 광장이며 가장 중요한 장소였다. 로마의 옛 영광이 그대로 남아있는 듯하다.

 

# 거룩하고도 엄숙한, 숨이 막혔던 바티칸
로마 시내를 돌다가 바티칸 시국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다. 전세계인이 줄을 서고 있는 바티칸 시국은 시스티나 성당을 필두로, 바티칸 시국 안에 자리잡고 있는 궁전, 미술관, 박물관을 전부 지칭한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큰 나라이기도 한 바티칸 시국은 로마 교황청의 중심지이다. 전체 면적이 0.44㎢이고 인구가 1000여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조그만 나라이지만 전세계 12억명이 넘는 가톨릭 신자들의 정신적 고향이므로 어느 나라보다도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바티칸 궁전은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바티칸 박물관은 파리 루브르 박물관, 런던 대영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곳이다. 바티칸 박물관을 돌다보면 르네상스 시대의 어느 때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것만 같아서 정말로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종교화와 미술품으로 가득한 바티칸 박물관은 단순히 유물이나 예술품을 모아 놓은 공간이 아니라 13세기부터 18세기까지는 서양 미술을 이끌어 나갔던 주체였다.

당시 교황청은 최고의 예술가들을 불러 작품을 제작하게 했고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예술가들은 모두 교황청의 지시를 받아 작품 활동을 했다. 바티칸 박물관이 루브르와 대영 박물관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단순히 예술작품을 전시해 놓기보다 바티칸 그 자체가 거대한 예술품이라는 사실이다.

 

# 성스러운 성 베드로 성당의 위엄
성 베드로 광장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린다. 교황이 저 단상에 올라서면 수많은 신자들이 그를 쳐다보고, 전 세계의 가톨릭 신자들이 그의 손과 몸짓, 말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인다. 그 목소리에 근엄함이 서려 있는 것만 같다. 성 베드로 성당의 역사는 4세기로 거슬러 올라가고 16세기에 이르러 미켈란젤로를 비롯한 당시의 대표적 건축가들에 의해 전성기를 맞고 르네상스 건축이념에 맞게 재건됐다. 성 베드로 대성당을 상징하는 곳은 바로 이 돔이다. 미켈란젤로가 만든 것으로, 매우 역동적이고 화려하다. 돔의 중앙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장식이 연출하는 환상적인 분위기는 마치 천국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들 정도이다.

성당 안에는 모르긴 몰라도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의 걸작품들이 숨을 막히게 한다. 성베드로 광장은 6만명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큰 광장으로 교황이 세계 각지에서 온 신자들에게 강론을 하거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신자들에게 축원이 내려지므로 가톨릭 신자들에게 있어 그 어떤 곳보다도 성스러운 장소이다. 바티칸 시에 거주하는 인구 중 95%는 남자고 물론 바티칸 시에서 출생한 사람은 하나도 없다. 바티칸은 그냥저냥 가지 말고 공부를 좀 하고 가면 둘러보기가 훨씬 편할 것이다.

역사를 풍미했던 로마제국은 이제 이름으로만 남았다. 로마가 어떻게 망했든 간에 한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했던 시절, 로마는 전성기를 달리고 있었던 게 틀림없다. 낯선 이방인에게 로마는 한 사람의 인생을 보는 것만 같다. 수많은 이야기와 흔적들이 곳곳에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세월의 고즈넉함만이 가득하다. 그렇게 남아있는 잔해들이 꼭 우리의 남은 생을 보는 것만 같다. 우리도 어느 곳, 어느 장소에 저런 흔적들을 남긴 채 먼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닐까.

글·사진=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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