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떠나는 자의 특혜,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
[유럽여행]떠나는 자의 특혜,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
  • 조미정 기자
  • 승인 2015.10.28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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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유럽여행을 꿈꾸신다면1
마음을 관통하는 하이델베르크의 네카 강 얼마나 조용하고 아름다운 도시였는지 그곳을 거닐 때는 정작 몰랐다가 여행을 다 마치고 난 뒤 돌아보니 그곳은 정말 깊은 사색의 도시였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마치 곁에 있을 때는 잘 몰랐다가 되돌아보면 후회하는 우리네 인생과 닮아 있었다.

생애 첫 유럽여행을 추진한다는 건, 때론 과감한 용기가 필요하다. 우선 12시간씩 걸리는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머나먼 여정이므로 최소 7~10일 이상 시간을 뺄 수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여행경비도 만만치 않다. 특히나 영어도 잘 통하지 않는 곳에 소매치기가 득실댄다면 자유여행은 더욱 위험하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사의 패키지 투어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자신에게 맞는 상품이 어떤 것이 있는지 추려낼 수 있는 매의 눈의 필요하다. 몇 달 전부터 아주 인터넷을 훑고 살았다. 다행히도 일정에 맞는 여행코스를 고를 수 있었고 여행전문가의 도움으로 서유럽 4개국을 돌아보는 코스를 선택하게 됐다. 독일-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 말이 쉽지 7박9일 동안 4개국을 돌아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첫 유럽여행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감격과 추억을 안겨주었고, 블로그(http://blog.naver.com/007president)에 여행기를 올리며 사진을 정리하다가 그만 어디든 다시 가고 싶은 충동을 참을 수가 없었다. 허벅지를 바늘로 찌르며 몇 차례에 걸쳐 서유럽 여행기를 연재한다.

독일-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 7박9일간 4개국 투어
결코 쉽지 않은 여정, 인생 최고의 감동과 추억더미
코스, 비용 따라 천차만별…패키지 꼼꼼히 비교해야

# 유럽의 어느 호텔에서 커피한잔을 먹으니
20년 전 호주를 배낭여행 했을 때 말고 이렇게 비행기를 장시간 탄 것은 처음이다. 비행여건은 그때보다 훨씬 나아져서 장장 세 편의 영화를 보는 호사에 국적기를 타고 간 안락함이 함께 있었다. 거의 12시간이 걸려 도착한 이곳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 유럽의 허브공항으로 독일시내에서 약 9km 떨어진 곳에 있다. 이곳은 취항 항공사가 105개사에 달하고 233개 도시를 취항해 유럽 어디든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또 올지 모르니까 잘 기억해 두어야 한다) 유럽의 나라들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증개축하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 호텔들도 동남아호텔들처럼 삐까뻔쩍 넓지 않다. 그저 몸을 누이고 편히 쉴 수 있는 깔끔한 곳이면 오케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잠시 이동해 만하임에서 유럽의 첫날밤을 보낸다. 시차 때문에 멍청한 새벽에 잠을 깨 미니포트에 커피를 한잔 끓여먹었다. 내가 꿈에도 그리던 유럽에 있다니.

▲ 하이델베르크 도심을 걷다보면 괴테의 파우스트 마지막 멘트가 역설적으로 들린다. “멈추어라, 이곳은 정말 아름답구나!” 여행객들도 침착하게 만드는 아련한 영감을 던져주는 도시가 아닐 수 없다.

# 마음을 관통하는 사색의 도시 ‘하이델베르크’
독일의 아침 바람이 제법 차가웠다. 첫 여행지가 바로 하이델베르크였다. 얼마나 조용하고 아름다운 도시였는지 그곳을 거닐 때는 정작 몰랐다가 여행을 다 마치고 난 뒤 돌아보니 그곳은 정말 깊은 사색의 도시였음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네카 강을 끼고 있는 이곳에는 1400년대에 세워진 하이델베르크 성이 있다. 도시를 내려다보는 이 성은 웅장한 기운만으로도 충분히 보는 이의 마음을 관통한다. 30년 전쟁(1618~1648) 동안 하이델베르크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전쟁이 끝나고 이어진 재건축 작업은 1689년과 1693년 프랑스와의 전쟁 때문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성의 대부분은 황폐해졌다. 특히 1764년에는 번개를 맞아 화재에 휩싸이자, 지역 주민들은 폐허가 된 성에서 돌을 날라 가기도 했다. 갖은 고초를 다 겪은 성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초. 그림과 같은 성터라는 명성을 얻게 된 이후부터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성 안에는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비석이 있다. 괴테는 하이델베르크에서 유부녀인 빌레머 부인(롯테)과 잊지 못할 사랑을 나누고 그녀를 연모하는 심정을 고백한 시집 ‘서동시집’을 내기도 했다. ‘여기서 나는 사랑을 하고, 그리하여 사랑을 받으며 행복했노라’ 이보다 더 담담한 고백이 또 있을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 등 그의 책을 끌어안고 밤을 지새우던 우리는 괴테의 흔적에 심하게 감격한다.

 

한 폭의 그림같은 카를 테오도르 ‘옛다리’를 건너면 상념에 젖게 하는 하이델베르크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파우스트의 마지막 멘트가 역설적으로 들린다. “멈추어라, 이곳은 정말 아름답구나!” 아련한 영감을 던져주는 도시가 아닐 수 없다. 도심을 산책하듯 걷다보면 하이델베르크 대학이 나타난다. 이곳은 프라하대학교와 빈대학교의 뒤를 이어 독일어권에서는 가장 오래된 대학인데 규모가 의외로 작아 놀랍다. 마르크트 광장 중앙의 성령교회의 꼭대기가 보인다. 주황색 지붕들 사이로 우뚝 솟아 오른 성령교회의 탑은 하이델베르크의 상징으로 손꼽힌다. 교회 안은 거대하고 엄숙한 한 폭의 갤러리처럼 느껴지고 할아버지의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귀와 심장을 압도한다. 이 연주는 유럽 첫 여행의 서막을 알리는 거대한 울림이었다.

▲ 프랑크푸르트 구시가지 중앙에 위치한 뢰머 광장은 늘 활기에 넘친다. 이곳에는 15~18세기 건물들이 몰려있고 지금도 각종 국제전시가 열리는 곳이다.

# 시크한 감성이 흐르는 프랑크푸르트
라인강 줄기인 마인강 하류에 위치한 프랑크푸르트는 금융과 산업의 도시답게 젠틀하고 깔끔하다. 거리에서 커피를 마시는 모든 이들이 여유롭고 구시가지 중앙에 위치한 뢰머광장은 활기에 넘친다. 이곳에는 15~18세기 건물들이 몰려있고 지금도 각종 국제전시가 열리는 곳이다. 뢰머광장과 카이저 대성당 사이에 위치한 쉬른 쿤스트할레 미술관 앞에서 만난 꼬마는 독일 여자들의 도도함과 시크함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 미술관은 1986년에 개관한, 기획 전시를 전문으로 하는 미술관으로 유럽에서 아주 훌륭한 미술관으로 손꼽힌다.

▲ 프랑크푸르트 뢰머 광장을 가로질러 마인 강 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아담한 철교를 만나고 수많은 다리에 매달려 있는 자물쇠들을 이곳에서도 목격한다. 사랑의 맹세는 국경을 초월한다.

뢰머광장을 가로질러 마인 강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아담한 철교를 만나고 수많은 다리에 매달려 있는 자물쇠들을 이곳에서도 목격한다. 불현듯 마인강을 헤엄쳐 그 자물쇠의 열쇠를 찾아주고 싶은 심정이 된다. 모든 관계에서 구속과 속박은 비극을 부른다. 때론 열쇠로 자물쇠의 숨구멍을 터주는 공간이 필요함을. 자물쇠 꾸러미를 물끄러미 보다 마인강을 쳐다보니 바람이 참 좋다. 다리위에는 처연한 기운이 흐르고 아코디언 할아버지의 연주곡은 왠지 서글프다. 모두가 깊은 상념에 빠지는 프랑크푸르트의 오후다. 말로만 듣던 T.G.V를 타고 드디어 파리로 향한다. 꿈에서만 보던 프랑스에 드디어 입성하려니 심장이 두근거려 기차 안에서 눈을 붙일 수가 없다. 기대한 만큼 더 놀라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 프랑스였다.

글·사진=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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