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맛집]“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민속촌을 찾아요”
[울산맛집]“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민속촌을 찾아요”
  • 박해철 기자
  • 승인 2015.06.29 14: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 병영의 전통술집 ‘민속촌’
▲ 이번 장마철에는 파전과 수제 동동주가 일품인, 울산 병영 맛집 '민속촌'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 中)’ 당연히 파전에 막걸리가 생각난다. 하지만 곧 시작되는 장마철에도 막걸리 특유의 맛과 향 때문에 파전과 우리의 전통 곡주의 콜라보레이션을 포기하시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다. 막걸리는 가라! 이제 파전엔 동동주다. 울산 병영의 숨은 맛집 ‘민속촌’을 소개한다.

도심 속 산전마을에서 즐기는 숨은 ‘민속촌’ 찾기
가게로 가는 길, 시원한 산전샘물은 특별 보너스
각종 계절 약초를 넣어 만든 핸드메이드 동동주

‘민속촌’으로 가는 길, 마주친 병영의 옛 모습
울산 중구 병영, 과거 병영 성터였던 그곳은 지금 병영시장과 각종 술집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하지만 병영사거리에서 동천강 쪽으로 조금만 내려오면 정겨운 시골 읍내 같은 풍경이 나타난다.

이곳의 이름은 산전마을, 오늘 찾아갈 맛집이 이곳에 위치해 있다. 30대 이상의 울산시민이라면 한 번쯤은 가봤을 ‘민속촌’, 과거엔 그 인기가 대단했었다.

그러나 다소 외진 곳에 있어 지금은 단골만 찾는 가게가 돼버렸다. 병영에 거주 중인 20대 후반의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가본 적도 없는 ‘민속촌’을 “산전마을 어딘가 맛있는 동동주집이 있다더라”는 정도의 추측만 무성했다.

인터넷에 검색해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서 가게를 어떻게 찾아야 하나 막막해졌다. 허나 만약 누구나 갈 수 있는 가게였다면, 이 가게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진짜 아는 사람만 찾는 그런 가게가 진정한 맛집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민속촌'으로 가는 길, 정겨운 옛 병영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위)산전마을 정경, (왼쪽)산전샘, (오른쪽)병영 역사문화탐방로 입구

그렇게 나의 산전마을 여정이 시작됐다. 정처 없이 걷다보면 커다란 한옥이 첫눈에 들어온다. “설마 그래서 민속촌이었나?”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산전마을에 있는 한옥 건물은 중구청에서 운영 중인 ‘어련당’이라는 한옥체험관이다.

‘어련당’ 옆은 산전샘물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산전샘물은 1902년 발간된 울산읍지에 “한 시간에 솟는 물은 80섬(1섬=180리터)이요, 하루 퍼낼 수 있는 양은 1820섬이니 능히 1000호가 사용한들 줄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과거부터 병영주민들의 식수로 애용돼 왔다.

시원한 산전샘물을 한 모금 머금고 주위를 돌아보면 영화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마법학교 계단이 연상되는 돌계단이 나타난다. 이 아름다운 돌계단은 산전에서 출발하는 ‘병영성 역사문화탐방로’의 시작점이다.

산전샘에서 시작하는 탐방로는 과거 성벽, 성 터, 삼일사, 외솔 최현배 선생 생가 등을 지나 다시 산전샘으로 돌아온다. 주말에 가족과 함께 탐방로를 한 바퀴 돌고서 ‘민속촌’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민속촌'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어 아무나 올 수 없는 희소성 있는 맛집이다.

산전샘에서 조금만 걸어가다가 삼전삼거리 바로 전 골목으로 들어가면 고대하던 ‘민속촌’이 모습을 드러낸다. 도로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지만 길을 가다가 쉽게 발견할 수는 없는 곳에 위치해있다.

▲ 황토색 장판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는 백열등으로 만들어진 분위기는 마치 가게가 내 집인 듯 편안한 느낌을 준다.

푸드파이터도 겁낼 무시무시한 가오리무침
민속촌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내무반의 노란 장판과 필적할 만한 황토빛 아우라가 포근하게 우리를 맞아준다. 한 자전거 동호회가 뒷풀이를 하고 있었는데 황토색 벽과 장판 때문인지 그 분위기가 꼭 찜질방에서 식혜와 맥반석 달걀을 먹으며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가족처럼 보였다.

주인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주인은 “혼자 오셨어요? 저희 가게는 혼자오면 조금 곤란한데...”라며 정말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평소 푸드파이터 버금가는 먹성을 자랑하던 필자는 당당하게 “해물부추전, 가오리무침, 동동주 하나씩 주세요!” 2안주 1동동주를 주문했다.

고개를 저으시던 민속촌 주인아주머니, 그 때 멈췄어야 했다. 오이, 당근, 땅콩 등 간단한 안주와 동동주가 나오고 가오리무침이 먼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접시에 담겨오는 걸 보니 한 사람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으로 보여 내심 안심했다.

그러나 뒤이어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나오는 거대한 포장용기는 금새 나를 위축시켰다. 주인아주머니께서 혼자서는 다 못 먹을 것 같다며 미리 포장을 해주신 것이다. 조금 당황했지만 튼튼한 포장용기를 믿고 해물부추전도 어서 달라며 닦달했다. 괜한 아집을 부렸다는 걸 그땐 왜 몰랐을까.

해물부추전이 나오기 전 안주와 동동주를 맛봤다. 먼저 가오리무침을 입에 넣었다. 오독오독 씹히는 가오리의 쫄깃함, 아삭아삭 시원하게 씹히는 무와 도라지, 입 안 가득 퍼지는 미나리의 향, 그리고 이 모두를 한 데 묶는 매콤한 소스의 콜라보레이션은 절로 술을 부르는 맛이었다.

“이 정도면 보약이다” 100% 수제 동동주
이미 내 손은 내 의지로 움직이지 않았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동동주는 내 목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잘 숙성되면 밥알이 동동 뜬다 해서 붙여진 동동주, 하지만 민속촌표 동동주의 맛은 조금 달랐다. 주인아주머니께서 직접 쌀, 생강, 감초, 오미자, 당귀 등 계절약초를 넣어 1주일 동안 숙성해서 만든다는 민속촌의 동동주는 술보다는 건강음료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개인적인 평가를 더하자면 약간은 감식초와 흡사한 맛이었다. 동동주의 새콤한 맛은 무침으로 약간은 매워질 수 있고, 전으로 느끼해 질 수 있는 입안을 청소해주는 듯 깔끔했다.

▲ '민속촌'의 모든 안주는 맛도 맛이지만, 엄청난 양을 자랑한다.

손님을 당황시키는 압도적 비주얼, 해물부추전
깔끔하다는 생각이 가시기도 전에 거대한 해물부추전을 본 내 머릿속은 하얗게 백지가 돼버렸다. 내 앞으로 다가온 해물부추전은 마치 두꺼운 피자 같았다. 아니 정말, 그 전을 팬이 아닌 오븐에 넣었다면 정말 피자가 나올 것만 같았다.

XXL 사이즈를 자랑하는 해물부추전 위에는 “나는 그냥 부추전이 아니라, 해물부추전이다!”라고 외치는 오징어들로 가득했고 뭔가 난 함정에 빠진 느낌이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해물부추전 정복을 시도했다. 솔직히 말해서 어떤 맛이었는지 잘 기억이 안난다. 너무 많은 양에 내 머릿속은 “이걸 어떻게 다 먹지”라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가격은 단돈 만원, 입 안 가득 쑤셔 넣어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는 초대형 사이즈인데 맛이 좀 없어도 참아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내 예측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 큰 전을 반이나 먹은 걸보면 그 와중에 또 맛있었나 보다.

결국 민속촌을 나서는 내 두 손은 패배의 흔적들, 주인아주머니께서 싸주신 음식들로 가득 차있었다.

가게 사진을 찍던 내게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인터넷에 올릴 거라면 웬만하면 올리지 말아요. 혼자 일하다 보니까 딱 지금처럼 적당히 찾아주는 게 편해요”라고 말하며 만류했다. 그렇게 일해오던 가게가 벌써 십여 년째다.

오랜 시간 그 자리에서 그 맛을 지켜온 민속촌, 이렇게 맛집을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있지만 민속촌만큼은 사람들이 많지 찾지는 않았으면 한다. 전통술집 ‘민속촌’은 이대로 나만이 찾을 수 있는 개인소장 가게로 남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위치] 울산 중구 산전길 80-2 ‘민속촌’
[메뉴] 동동주(5000원), 가오리무침(2만원), 해물파전(1만원), 해물부추전(1만원), 오징어무침(1만원), 도토리묵(1만원) 등
[오픈] 오후 2시~저녁 9시
[문의] 052-294-2642(예약 불가)
[재방문의사] 85%

박해철 기자


이 시각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