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맛집]인적 드문 달동의 밤을 탐하다, ‘달을 위한 카페’

이서정 / 기사승인 : 2015-06-24 14:5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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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위한 카페’
▲ 폐가였던 곳이 낭만 가득한 카페로 바뀐 지금, ‘달을 위한 카페’는 단골들의 아지트가 됐다.

별 볼일 없던 ‘미술 작업실’이 감각 있는 카페가 된 남다른 사연이 있다. 미술학도였던 한 남자는 뱀파이어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를 보게 됐다. 마치 미술작품 같았고 상영하는 내내 몽환적인 분위기에 매료됐다. 영화 속, 뱀파이어들의 은둔한 삶에도 희열은 있었다. 그들이 가끔 찾아가는 ‘밤을 위한 카페’가 활력을 주는 그런 곳이다. 영화를 보며 ‘저거다!’ 생각하는 순간, 몸에 전율이 흘렀고 20대에 무언가 큰일을 해보자 마음먹은 그는 지금의 ‘달을 위한 카페(대표 윤창보)’를 만들었다.


갖가지 치즈 깃든, 먹물 치아바타 파니니·유자피자
밤을 잊은 그대에게, 열대야 보다 짙은 샹그리아
낭만이 있는 분위기와 소담한 식탁의 조우


산뜻·담백한 풍경을 입안에 담다
치즈와 사과, 견과류가 곁들린 ‘유자피자’는 고르곤졸라와 비슷해 보이지만 상금한 맛을 더해 여자들이 특히 좋아하는 메뉴다. 견과류가 있어, 입안에 가루가 맴돌까 걱정했지만 팬에 이미 구워졌기 때문인지 유자와 한데 어우러져 풍미가 깊었다. 여태 먹어본 피자는 짜고 달기만 해 지방을 부르는 맛이었다면, 유자피자는 기름이 적은데다 유자청으로 소스를 내어 담백하고 건강한 맛이다.


▲ 정성이 담긴 식탁과 더불어 카페의 고요한 분위기는 음식의 맛을 더했다.

‘먹물 치아바타 파니니’는 겉보기엔 바싹할 것 같아 보이지만 토마토와 치즈로 산뜻하게 즐길 수 있다. 함께 곁들여진 샐러드와 함께 먹으면 더 풍미가 감돈다. ‘콜비잭치즈’, ‘모짜렐라치즈’, ‘고르곤졸라치즈’를 겹겹이 쌓아 파니니 속을 채웠다.


유자피자에 든 치즈와 파니니 재료의 치즈가 더해져 느끼하리라 생각했지만 신기하리만치 치즈는 그 매력도 갖가지다. 두툼하고 부드러운 파니니와 잘 말린 나뭇잎처럼 바스락 거리는 피자를 한입 베어 물며 아예 식사 대용으로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고된 일이 있을 때면 ‘맥주 생각나는 밤이다’는 말을 결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곳을 알고부터 가끔 샹그리아가 생각나는 밤을 맞는다. 완연한 술이라기 보다 알코올을 충전한 과일주스에 더 가깝다.


레드 샹그리아, 화이트 샹그리아 두 가지가 있는데 와인을 베이스로 과일을 넣어 만든 이 칵테일의 도수는 8~9도로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아무래도 가벼운 봄에는 레드와인보다 화이트와인으로 맛을 낸 샹그리아를 추천한다.


그러나 6월이 끝나는 지금, 시원한 레드 샹그리아가 제격이라 생각했다. 쨍한 여름의 열기를 떨쳐내는데 얼음 띄운 레드 샹그리아를 맛보지 않고서 한여름의 밤의 정취를 헤아릴 수 없다. 샹그리아를 넘길때면 청량하다 못해 새벽녘 산사를 산책하는 듯 하다. 고즈넉한 여름밤, 어두운 불빛 밑에서 샹그리아를 곁들인 유자피자와 먹물 치아바타 파니니를 한입 베어 물었다. 그렇게 달동의 밤은 익어간다.


식탁에 활력 불어 넣은 ‘적포도주스’
함께 간 친구에게도 샹그리아를 추천했지만 웃으며 거절했다. 굳이 ‘적포도주스’를 주문한 이유를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평소 커피도, 술도 즐기지 않아 매번 카페에서 마시던 에이드류도 어느덧 지겨워졌다는 말이다.


매번 카페에서 무얼 시킬지 고민하다가도 ‘달을 위한 카페’에 들르면 고민하지 않고 적포도주스를 시킨다고 한다. 다른 카페에서 맛보지 못했던 신선한 적포도 과즙으로 파니니와 곁들이면 상큼한 맛이 더 입안의 생기를 돋군다고 말한다. 침이 고일 듯 상큼한 적포도주스는 천연 피로 해소제 역할도 마다 않는다. 맛도 좋은데 몸에도 좋으니, 입에 쓰다는 건 옛말이다.


당신을 위한 선율, 감성적 분위기는 선물
평소 좋아하던 영화 ‘노팅힐’의 삽입곡 ‘she’가 카페에 울렸다. 하지만 숱하게 들었던 그 음악이 아니었다. 재즈로 편곡한 음악이 생경하게 들려 더욱 스피커에 귀 기울였다. 익숙한 팝과 몇 번 들어본듯한 CF 삽입곡도 종종 들린다. 역시나 카페주인은 음악선정에도 기준이 명확했다. 장르를 구별하지는 않지만 다른 카페에서 흔히 들려주지 않는 노래를 선정한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달을 위한 카페’에서는 유행하는 음악을 따라 흥얼거리기보다 ‘어? 나도 이 음악 아는데’ 하고 속으로 되뇌거나 지금 흐르는 음악의 제목을 찾아보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곳에 퍼지는 가락에도 주인만의 감성이 소복이 담겼다.


‘달을 위한 카페’는 스페인을 여행하던 여름을 떠올리게 했다. 정열이 가득한 밤, 상쾌한 샹그리아 한잔과 사람들의 담소가 어우러진 고즈넉한 공간에서 이 모든 분위기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해질녘 무더운 여름밤, 달동에서 황홀경으로 빠져 들 것만 같은 시간을 선물해준다. 테이블 마다 앉아 있는 손님들을 바라보면 스페인에서 만난 사람들처럼 유쾌함이 번진다. 그러나 유쾌함도 잠시, 잘 차려진 한 상과 편안한 카페 분위기는 오롯이 날 위한 선물이 된다. 네 개 남짓 되지 않는, 비교적 적은 테이블 개수는 달동에 얼른 가야 할 이유가 됐다.


선선해진 밤, 여유와 사색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면 ‘달을 위한 카페’를 추천한다.


[위치] 울산 남구 삼산로 125번길 8-1 ‘달을 위한 카페’
[메뉴] 유자피자(1만원), 먹물 치아바타 파니니(8000원), 샹그리아(7000원), 아메리카노(4000원), 레몬 커피(5000원), 적포도 주스(5500원) 등
[오픈] 오후 5시~새벽 1시
[문의] 070-4217-6283
[재방문의사] 90%

글·사진=이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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